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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은 쉽게 검증할 수 있어도 정치제도 변화가 정책 결과에 어떤 변화

               를 가져올지 설명하는 이론을 검증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나는 그런 이론들은 과학적이지 않다거나 가치가 별로 없다는 포퍼

               의 주장까지 나아갈 생각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소수

               의 이론이 아주 빈약한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검증하지 않
               은’ 견해 가운데 많은 게 매우 잘못된 것일 수도 있음을 뜻한다. 우리가

               지금 우리 자신이 깨닫지도 못하는 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음은 의
               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향하는 길은 있다. 설익은 정책적 발상에 의존하는
               해법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특히 나는 정치제도 자체가 우리가 해결

               해야 할 문제의 커다란 한 부분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제시하는 해법은 태도의 변화를 전제한다.
                 이 태도는 ‘베이즈 정리 Bayes’s theorem’라 불리는 이론으로 구체화한다

               (8장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베이즈 정리는 명목적으로만 보자면 수

               학의 정리 定理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수학적 정리 이상이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에 대해, 그리고 그 생각들을 검증하는

               방식에 대해 각기 다르게 생각해야 함을 의미한다. 확률과 불확실성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가

               정이나 믿음을 좀 더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와 2부에서는 예측 문제를 진단
               하고, 3부와 4부에서는 베이즈주의적 해법을 적용하고 탐구한다(한국

               통계학회의 용어 정리에서는 ‘Bayesian~’을 ‘베이즈 ○○’로 통일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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