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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기 때문이다. 그가 만드는 모든 옷은 이미 있는 아이템을 바탕
                       으로 한다. 현시대를 상징하는 유물을 가져다 살짝 비틀어서 반쯤 새

                       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태국의 야시장
                       에서 판매되는 비닐 가방을 모티브로 바자 백 시리즈를 출시하고, 뉴

                       욕의 기념품 가게에서 흔히 판매하는 20달러짜리 가방에 ‘멀티 컬러

                       뉴욕 바자 쇼퍼 토트백’이라고 이름 붙여서 파는 식이다. 발렌시아가
                       로고를 얹어서 가격을 수백 배 이상 올려 받았음은 물론이다.

                          결국, 사람들이 구매한 것은 캐리 쇼퍼백이라는 제품 자체가 아
                       니었다. 발렌시아가라는 브랜드였다. 발렌시아가의 로고였다. 발렌시

                       아가의 역사, 브랜드 스토리, 신성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의 명성이

                       었다. 캐리 쇼퍼백의 가격은 곧 발렌시아가의 브랜드 값이었다. 기능
                       이 2,000배 더 좋아졌다거나 2,000배 더 좋은 재료를 썼기 때문에 비

                       쌌던 게 아니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발렌시아가가 카피를 하든,
                       그로 인해 고소를 당하든 사람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도 기꺼이 지불한다. 발렌시아가니까.
                          “일단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라는 앤디 워홀의 유

                       명한 말은 발렌시아가에도 적용된다. 일단 브랜드가 되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
                          이처럼, 요즈음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는다. 브랜드를 산다. 오

                       직 브랜드만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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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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