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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외에 이 경험담에서 도움을 얻을 사람은 별로 없다
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힘
주어 말하고 싶다. 가장 보편적인 의미에서 알츠하이머병 진
단은 상황을 명료히 해준다. 원치 않은 일이긴 하겠지만 알
츠하이머병 진단은 자신의 필멸성을 직시하고 주어진 시간
을 최대한 잘 활용하겠다고 진지하게 마음먹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질병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일찍
알수록 그 과정을 멈추거나 속도를 늦출 합리적 조치를 더
빨리 취할 수 있고 삶의 다른 우선순위를 더 빨리 재검토할
수 있다. 남은 시간에 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은 어쩌면 버킷
리스트를 점검하고 친구, 가족, 친지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
독히 다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과학과 통계가 보여주듯이 사
회적 수준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을 둘러싸고 이미 최악의 상
황이 벌어지고 있고 게다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발병률 증
가, 의료․돌봄 전문가 부족,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았고 효
과적 돌봄을 제공할 만한 훈련도 충분히 받지 못한 1차 진
료 의사들이 짊어지는 막대한 부담, 가족과 환자 본인의 상
상할 수 없는 고통까지. 이들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 오늘날
미국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580만 명 정도인데, 2050년
에는 이 수가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알츠하이
머병 및 기타 치매의 전 세계 유병률은 2010년에 3,500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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