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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이다. 고혜나의 피부는 예민하다. 피부가 예민해서
고혜나도 예민해진 건지, 고혜나가 예민해서 피부도 예민해
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내일부터 시작. 아마 환불도 안 될걸?”
“아, 이거 형부가 그렇게 가라고 했던 그건가?”
이모가 무심코 말을 꺼냈다가 엄마의 눈초리에 시선을 떨
궜다. 엄마는 이모가 아빠를 ‘형부’라고 부를 때면 묘하게 신
경이 날카로워진다. 고혜나랑 내가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는
건 괜찮은데, 엄마 동생인 이모가 형부를 형부라고 부르는
건 그냥 막 짜증이 난다고 했다. 이젠 가족도 아닌데 이모가
꼭 아빠 편을 드는 것 같다고 말이다.
“혜나, 정말 잘 다녀올 수 있겠어?”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고혜나의 피부는 주
변 환경이 달라지면 어김없이 문제가 생겼다. 한번은 수학여
행을 갔다가 일정 중간에 되돌아온 적도 있었다. 팔이 너무
가려워서 막 긁었더니 피가 난다고 난리를 피워서 엄마가 밤
중에 고혜나를 데려왔다. 그렇게 생긴 상처는 지금도 고혜나
의 몸 곳곳에 남아 있다.
“요즘 나 피부 많이 괜찮아졌잖아. 어때, 봐 봐.”
목요일: 긴급 가족회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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