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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을 사람 정하기. 우리 중 한 사람이 할머니와 함께 시간
을 보내면서 말동무를 해 드리자고 말이다. 불만이 와글와글
터져 나오기 전에 엄마는 한 마디를 덧붙여 모두의 입을 다
물게 했다.
“그다음 주에는 부산 이모, 그러니까 할머니 막냇동생이
가시기로 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 중 한 사
람’이 누가 될지 불 보듯 뻔했다. 말도 안 된다. 방학식인 오
늘만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아침에도 오 분만 더 자겠
다고 꾸물대는 대신 단박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 마침 다니
던 학원도 리모델링에 들어가서 다다음 주부터 다시 연다.
방학해도 방학 같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진정한 방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단 소리다.
“잠깐만, 너도 방학인데?”
“난 이유가 있지.”
고혜나가 씩 웃으며 핸드폰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화면에
는 2박 3일 수학 창의 캠프 일정표가 떠 있었다. 작년에 고혜
나가 합격만 해 놓고 가지 못했던 바로 그 캠프다. 캠프로 떠
나기 전날 고혜나의 온몸에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일어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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