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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사실만은 또렷했다. 나는 지금껏 할머니만큼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할머니는 집에 사람이 오
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명절에 하루 자고 가는 것
도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라며 귀찮아한다.
“할머니가 이걸 원한다고 생각해?”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고혜나
는 더 이상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엄마는
돌부처처럼 팔짱을 낀 채 고개만 한없이 끄덕였다. 이모만이
내 눈치를 살피기는 했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꼭 ‘네
엄마를 내가 어떻게 말리니?’ 하는 표정이었으니까.
“으으으, 진짜!”
나는 보란 듯이 의자를 뒤로 팍 밀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
갔다. 방문이 쾅 닫혔다. 세게 닫을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보
다 큰 소리에 내가 되레 놀랐지만, 다시 문을 열고 실수라거
나 바람 때문이라거나 하는 변명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멋이 없으니까.
그래도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 방문
을 끼익 여는 소리가 났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기척은 이모
목요일: 긴급 가족회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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