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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흘러갈 줄 알았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룰 준비가 된
데다 돈벌이가 좋은 분야에 막 들어섰으니까. 그러다 하나씩 모든
게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치과의사가 되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일을 그만뒀다. 내가 치과의사를 그만두기로 하자 남편
과 시댁, 누구보다도 아버지가 몹시 실망했고, 나는 하루아침에 가
족의 인정과 존중을 잃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 6년이 지날 즈음 남
편과 부부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외롭고 무
서웠다. 부부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
었고, 내 첫 결혼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나는 직업도 없이 혼자서 어린 두 아이를 맡았다. 내가 안다고
확신하던 모든 것이 결국 틀린 것이 되어버렸다. 두 딸을 제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나는 나침반도 없이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난생처
음으로 궤도를 벗어났고 계획이라곤 없었다.
나는 생계를 꾸리느라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다. 화장품 회
사에서 관리자 자리까지 올라가고, 패션의 거리인 가먼트 지구에
서도 일하고, 재택사업으로 비타민도 팔아보고, 새로 생긴 의료 소
프트웨어 회사에서 영업팀 팀장으로도 일했다. 어느 하나도 내게
맞지 않는 일 같았고, 그런 일을 하는 내가 나답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시 나는 금욕주의와 강단과 ‘정신이 물질보다 중
요하다’는 관점에서 자부심과 기쁨을 찾으려 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변화를 시도했다. 두려움과 외로움, 쓸모없거나 생산적이
지 못한 인간이 된 듯한 느낌을 당당히 떨쳐냈고, 나는 감정을 잘
통제한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남편이 재혼한다는 소식이
22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