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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왔다. 머리로는 그 사람한테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은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우울해졌다. 삶이 나를 덮친 느낌이
                     었다. 불현듯 전남편의 재혼 소식이 이 세상에서 나만 외따로 떨어

                     져 있다는 걸 구체화하고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무서웠고, 그런
                     내가 창피했다. 두려움은 수치심과 불안, 나아가 우울증을 낳았다.

                        내가 나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경력을 쌓아나가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새로운 배우자를 찾아다니다가 지쳐 쓰러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힘들어도 결국은 괜찮을 줄 알았다. 늘 그랬으니까. 그런
                     데 감정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나는 삶에 압도당해 멈춰 섰다.

                     무기력증이 심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이
                     불이 만들어주는 어둠 속에서 사람들을 피하고 날마다 해야 할 일

                     들로부터 숨었다. 이불 속은 유일하게 안전한 곳이었다.
                        어느 날 여동생 어맨더가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치료를 받아

                     보라고 권했다. 나는 진이 다 빠져서 우울증이라는 생각조차 못했
                     지만 듣고 보니 동생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정신과의사는 내게 우울증 약인 프로작을 처방했다. 의사는
                     내게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 곧 불안이 심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
                     이라는 뇌 화학물질을 생성하지 못해 생기는 마음의 병이라고 했

                     다. 세로토닌 수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우울증이 발병한다. 또 스
                     트레스가 완화되면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올라가고 우

                     울증도 사라진다.
                        나는 고작 “프로작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라는 말밖에 할




                                                           1. 새로운 감정의 과학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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