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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는 정신이 물질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프로이트학파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상담교사, 아버지는 정신과의사였다. 부모는
내가 지적 통찰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고 믿
었다. 집에서 감정에 관해 대화한 적이 거의 없었고, 설령 있더라
도 감정을 다스리거나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나의 또렷한 기억은 자의식이 갓 생겨나던 초등학교 4학년 무
렵부터 시작된다. 어머니는 늘 내게 예쁘고 똑똑하다고 말해줬지
만 나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나는 내가 어리석고 못생긴
것만 같았다. 거울을 보면 어딘가 모자라 보였다. 학교에서 친구들
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도 아니고 멋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도 늘 홀로 동떨어지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
느낌이 불안과 수치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중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잘해서 우등상을 받을 때마다 자신감
이 커졌다. 열심히만 하면 성공하고 인정받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
다. 또한 인정받을 때마다 불안감이 사라지고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7학년 영어시간에 프로이트를 접했고, 곧바로 정신
분석에 매료되었다. 돌이켜보면 정신분석을 만나면서 나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정신분석
을 향한 열정은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어졌고, 급기야 친구들이 제
발 아무나 붙잡고 분석하는 것 좀 그만두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그
래서 공짜로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정신분석을 해주는 취미생활
1. 새로운 감정의 과학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