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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쉴 수 있다. 산소 분자 1개가 있는 경우에는 내가 살 확률이나 죽을 확률이

나 모두 2분의 1이다. 그 1개의 분자가 내가 있는 칸막이의 왼쪽에 있을 확

률도 2분의 1, 칸막이의 저편인 방의 오른쪽에 있을 확률도 2분의 1이기 때

문이다. 만약 산소 분자가 2개라면 이제 내가 죽을 확률은 4분의 1이 된다.

두 분자가 내가 있는 쪽이 아닌 칸막이의 오른쪽에 있어야 내가 숨을 쉴 수
없을 텐데, 산소 분자 1개가 반대쪽에 있을 확률을 두 번 곱하면 4분의 1이

되기 때문이다. 산소 분자가 3개면 나는 8분의 1의 확률로, 4개면 16분의 1

의 확률로 죽는다. 만약 산소 분자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면(참고로 아주 작

은 방이라도 그 안에는 보통 기체 분자가 적어도 10 개 이상 있다), 이 방에서 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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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죽을 확률은 극단적으로 낮아서 이런 방법으로 가만히 앉아 질식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오래 살아야만 가능하다. 우주의 나이보다 오래 살아도 만

나기 어려운 일이다.

기억을 되살리려 어머니 장례 뒤 찍어두었던 사진을 다시 보았다. 자세

히 보니, 거실 벽 햇살의 십자가 아래에는 사실 다른 햇살 무늬도 보인다.

내가 본 햇살의 십자가는 당연히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돌아가신 어머
니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이, 평소 수없이 보았을 커튼을 통과한 햇살의 패

턴에서 십자가와 비슷한 모양을 찾아낸 거다. 물론 초자연적인 존재가 내

눈앞에 증거를 보여줘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우연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다. 우연
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이루어진 삶의 커튼을 짜는 ‘자연의 통계법칙’이라는

베틀에 대한 이야기다. 커튼 위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잔무늬의 작은 아름

10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