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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 정도의 나이 차이로) 같은 시대를 함께 공유할 시간적인 확률 역시

‘엄청’ 낮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이 있다. 방금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간

이름 모를 이의 뒷모습을 돌아보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정확히 그 사람을

다시 길거리에서 만날 확률은 정말 낮다. 우주라는 광활한 4차원 시공간 안
에서, 보이지도 않을 두께의 짧은 선으로 표시되는 두 사람의 궤적 worldline (세

계선)이 우연히 교차할 확률은 ‘거의 0’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

다》 는 바로, ‘거의 0인 것’과 ‘정확히 0인 것’의 다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삶의 매 순간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다 우연의 연속이다. 칼 세

이건이 앤 드루얀을 만난 것과 정확히 같은 확률로 나는 내 아내를 만났다. 아
내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장인어른의 장례식이 끝난 날, 예쁜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무덤가에 한참 머물다 날아갔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평생을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사신 내 어머니의

장례가 끝난 날, 가족들이 빙 둘러앉은 거실 벽에, 커튼의 틈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뚜렷하게 십자가의 모양을 만들었다. 이런 희한한 일들은 어떻게 일
어날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처럼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왜 자꾸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확률이 낮은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데이비드 핸드는 흥미로운 사

례들을 곁들이며 설명한다. 로또의 예를 들어보자. 45개의 숫자에서 6개를 고
르는 방식인 우리나라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약 800만 분의 1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오늘 로또를 사면 이번 주차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바로

8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