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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로또를 한 장씩 산다면 어떻
게 될까? 내가 아닌 ‘누군가’는 확실히 1등에 당첨된다. 2016년, 690회까지
진행된 우리나라 로또의 1등 당첨자는 모두 4,259명이었다고 한다. 매주 평
균 약 여섯 명씩 1등이 나온 셈이다. 800만 장당 한 장이 1등 당첨이 되는 것
을 생각하면, 매주 약 5,000만 장의 로또가 팔린다는 뜻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내가 공부하는 통계물리학과도 밀접
한 연관이 있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일은, 당연히 일어나게 마련이다’와 거의 비슷한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산산조각 난 유리잔’이라는 거시적인 상태에 대응하는 미시적인 가능성의
수는 ‘부서지기 전의 유리잔’이라는 거시적인 상태에 대응하는 미시적인 가
능성의 수보다 무지하게 크다(부서진 유리잔의 경우 파편을 이리저리 흩트려도 여전
히 부서진 유리잔이지만, 안 부서진 유리잔은 잔을 구성하는 내부 조각들의 위치를 이리
저리 바꾸면 더는 잔이 아니게 된다.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엔트로피가 바
로 주어진 거시상태에 관계되는 미시상태의 수의 양이다. 열악한 제2법칙에
따르면 유리잔이 깨지는 것과 깨진 유리잔이 하나로 합해지는 두 방향의 변
화 가능성에 대해서, 깨진 유리잔과 안 깨진 유리잔 각각의 엔트로피를 구해
서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의 변화만이 거시적인 세계에서 허락된다. 바
로 이런 이유로 유리잔이 깨지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그 반대 방향인 깨진 유
리잔의 파편들이 모여서 유리잔을 만드는 방향으로의 변화보다 훨씬 자주 목
격된다.
방 하나를 둘로 나누는 칸막이가 있고 내가 그 칸막이의 왼쪽에 있다고 해
보자. 방에는 산소 분자 1개가 있다. 이 분자가 내가 있는 쪽에 있어야 나는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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