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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에서 수속을 밟고 여행지의 입국장에서 여권에 입국 도장
이 쾅 찍힐 때 느끼는 왠지 모를 긴장감과 즐거움을 생각해보
라. 여행을 마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이곳으로 돌아왔
을 때의 안도감과 비교된다.
여행에서 만나는 새로운 장소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장소
와는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를 긴장시킨다. 한마디로 모르
는 장소이기 때문에, 무지 無知 에서 오는 불편함과 두려움이 우리
의 의식을 장악한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향한 기대감과 그
것을 알아가는 기쁨도 함께 피어오른다. 두려움과 즐거움, 긴장
감과 기대감,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이 분주하고도 오묘하게 교차
되는 경험은 낯익은 이곳의 평범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
행의 묘미다. 한마디로 여행은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장소감이
극대화되는 경험이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
레이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섬나라 싱가포
르와 그 바다 건너편에 있는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조호르바
루, 인도네시아 리아우주의 바탐섬을 짧은 시간 안에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모두 열대우림기후가 나타나는 곳이기에, 얼핏 연
중 초록빛 가득한 자연경관으로 뒤덮인 모습이 세 도시에 비슷
하게 펼쳐진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군다나 인접한 이 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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