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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장소에서 떠난 인간을 상상해보자. 가능한 일일까? 장소에서 떠
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항상 장소라는
터전에서, 그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역동
적으로 이루어진다. 영어에 take place라는 숙어가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하다’ ‘벌어지다’ 등을 뜻하는데, 직역하면 ‘장소 place
를 갖다 take ’라는 말이다. 인간의 모든 일은 항상 ‘장소’를 ‘가져
야’만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장소는 우리가 놓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구성된 인간 존재의 필수적인 실체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지만 물에서 벗어
나 뭍으로 나오면 이내 죽어버리는 것처럼, 인간에게 장소는 떼
려야 뗄 수 없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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