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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스님이 외부와 교류를 끊고 참선을 하는 것처럼 일반인도 같

             은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에 깊이 들어간다면 나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방법은 그 자체가 무척 힘들다. 설사 그 과정을 거
             친다 한들 자신의 참모습이 오롯이 드러나는 일은 일반인들에게 흔히 일

             어나지 않을 것이다. 속세를 떠나 구도자의 길을 걷는 스님과는 달리, 우
             리는 속세에서 다양한 대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러한 관계 속에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속세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관계가 곧 존재의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 스님의
             참선은 오히려 자기를 놓아버리는 무아 無我 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목표

             라는 점에서 자아를 찾는 것과 무관하다.
                이에 더해 정체성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끊임
             없이 변해간다는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존재의 근원인 영혼을 찾

             기보다는 나라는 존재 외부의 관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속세를 살
             아가는 우리의 삶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인가
             를 깨닫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들을 경험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다름’을 접함으로써 나 역시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내가 사는 익숙한 이곳, 즉 같은

             법적 제도와 문화적 관습의 사슬에 갇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회집단에서는 내가 독특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나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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