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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파도는 거칠게 날뛰고 소용돌이가 선박을 죄다 삼켜 버렸
다. 게다가 군데군데 악마가 설치한 덫처럼 갑자기 암초가 나
타났다. 이렇게 최악의 조건을 갖춘 해역을 항해하는 것은 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반년 사이에 에테르리아 해역을 몇 번이나 왕
복한 이 가라니안호는 세계 유일의 최신 설비를 갖춘, 오베리
아가 자랑하는 화물 여객선이다. 방위 자석이 이상해지는 일도
없고, 암초와 소용돌이까지 능숙하게 피하면서 거친 파도를 넘
어 가장 위험한 며칠을 무사히 넘겼다. 그 뒤로는 수면 위를 미
끄러지듯이 나아갔다.
뱃멀미로 괴로웠지만 아니아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던 것
은 불타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눈을 감으면 오베리아 선박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두 현자와의 대화가 생생히 떠오
르곤 했다.
“아니아, 오베리아의 수도 가란에서 많은 것을 배우거라. 가
란뿐 아니라 근교의 작은 마을도 방문하면 좋겠지. 최대한 많
은 사람과 만나고 많은 일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래, 만남이 가장 중요한 법이야. 마음을 열어 지혜와 정
보와 기술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아마 오베리아에서 중요한 만남이 있을 게야. 그대뿐만 아니라
제1장 대도시 가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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