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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는 정원사에게 마주 인사하는 아니아를 탄타니아
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니아는 긴 머리를 부스스하게 둔
채 전혀 꾸미지 않았으며, 고급스럽지만 평범하고 무릎까지 오
는 파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탄타니아는 모처럼 시내에 나간다고 언니의 화려한 주황색
옷을 빌려 입었다. 가슴 쪽이 좀 파였지만 통통한 체형을 잘 가
려 줘서 자기가 보기에도 잘 어울렸다. 미용 직인에게 부탁할
돈이 없으니까 평소처럼 머리와 얼굴을 직접 단장했다. 화장이
살짝 진한 듯하긴 했다.
“아니아, 넌 왜 항상 그런 재미없는 색깔 옷만 입어?”
“난 파란색이 좋거든. 바다의 파란색도 좋고 하늘의 파란색
도…….”
아니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네가 입는 건 밤하늘이잖아. 같은 파란색이라도 좀 화려한
색을 고르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맨날 글자만 들여다보고
있고. 질리지도 않아?”
“전혀 안 질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또 나는 이야기
를 읽는 게 좋아.”
“나는 그런 요만한 글자를 노려보는 건 딱 질색인데.”
탄타니아가 얼굴을 찡그리고 팔을 유난스레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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