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P. 17

4         〈알 수 없어요〉


                              물음표와 느낌표로 바라봐야 보이는 것들
                    1月

                   나는 한용운이 단 하나의 일을 평생 반복해서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물음표와 느
                 낌표 사이를 오가며 살았던 삶’이었다. 평생을 일제에 맞서 모든 것을 바쳐서 투쟁하며 살
                 았던 그. 1919년 삼일운동 때는 독립선언서의 행동강령인 공약 3장을 썼고, 민족 대표 33
                 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독립운동으로 인해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혹독한 감옥살이를 했지만, 그 안에서도 언
                 제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그가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 쓴 시가 하나 있다.
                 〈알 수 없어요〉가 그것이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시에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며 그는 계속 무엇을 느꼈느
                 냐고 묻는다. 글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시의 마지막에서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라고 부르짖는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유가 뭘까?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누구보다 강하게 독립을 외치던 그가 왜 이런 내
                 용의 글을 쓴 걸까? 그는 알고 있던 것이다. ‘세상은 결코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여기
                 에 더해 인간도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간이 논리적이고, 세상이 이성적이라면
                 죽고 죽이는 이 세상과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날 리 없으니까. 그는
                 ‘나는 모른다’라는 생각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가 변절하고 뜻을 바
                 꾸는 상황에서도 첫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머뭇거리지 않고
                 무언가를 감행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한용운이 그랬던 것처럼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며 세상을 보라. 보이지 않았던 것이 하나씩 제 모습을 드러내리니.


                   *민족 대표 33인: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운동 때 선포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기독교, 천도교, 불교에서 각
                   16명, 15명, 2명이 참가했다.
 18      19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