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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당시 신진 사대부는 크게 둘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하나는 이색, 정몽주 등으로 고려 왕조를 계속 유지
              하면서 그 안에서 개혁을 추진하자는 사람들이었
              고, 나머지는 정도전, 조준 등으로 개혁을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왕조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정몽주는 이성계와 한때 뜻을 같이했던 친구
              였어요. 그러나 정도전 등이 이성계를 새로운 왕으
              로 세우고자 하니 정몽주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정
                                                         ▲ 정몽주 초상
              몽주는 고려 왕조는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
              거든요. 이제 정몽주와 이성계·정도전은 서로 반대파가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1392년
              3월, 이성계가 명나라에 갔다 돌아오는 세자를 마중 나갔다가 사냥 중 말에서 떨어졌다
              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정몽주는 이번 기회에 이성계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후 병문안을 구실로 정몽주는 이성계를 찾아
              갔습니다. 이때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정몽주에게 다음과 같이 ‘하여가 何如歌’를 읊조
              렸습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 년까지 누리리라

              자신들과 뜻을 함께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몽주는 다음과 같이 ‘단심가 丹
              心歌’를 읊조리며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자신의 굳은 의지를 전했습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렇게 정몽주의 마음을 다시 확인한 이방원은 부하를 시켜 집으로 돌아가는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습격해서 죽였습니다. 그리고 정몽주 세력들을 유배 보내는 등 제거하죠. 이

              제 길었던 고려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성계를 중심으로 새 왕조, 조선이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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