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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상하거나 외면당한 신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아가 얼마나 균형을 잃고 치우쳤는지는 곧 자아가 자기
            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다양성을 부정하는 정도를 반영한

            다는 뜻이다.
                 낙원에서 살던 꿈같은 시간에 종지부를 찍고 나
            면 분리로 인한 충격이 어찌나 꼼꼼하고 격심한지 신경

            학적 경로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잃어버린 유대감 lost
            connectedness ’으로 무의식에 계속 머무른다. 어떤 애정관계
            에서든 주요 모티브이자 숨은 동기가  ‘돌아가려는 갈망’

            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서문에 언급한 홍관조가 가졌던
            목표이자 에덴동산으로 돌아가겠다는 우리의 목표이며,
            낭만주의 시인들이 공언한 목표이자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의 갈망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종교적 의미를 지닌
            모색이다. 종교religion라는 말의 어원이  ‘~에 도로 묶다,

            다시 이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religare라는 사실
            을 봐도 알 수 있다.
                 의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타자의 상실, 그리고 타

            자는 진짜로 타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기가
            우는 이유도,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유명한 작품인

            〈절규The Scream〉의 근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기를 어머
            니의 가슴에서 떼어놓을 때 아기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어머니의 젖을 찾아 물고 어머니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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