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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할 수 있다 해도 자기 자체는 알 수 없는 존재다. 자

                기가 가진 의도를 ‘읽어’내는 것은 융 심리학 기반 심리치
                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치료 과정의 핵심이다. 자

                기로 말미암아 생명체에 온전함이 생기는 것은 물론 신
                비롭고도 자율적인 활동이 구현되기 때문에 우리가 자기
                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수영하는 사람이 바다

                에 관해 아는 정도, 또는 사상가가 천국의 지붕에 관해 그
                릴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처받기 쉬
                운 자아는 자기란 영원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라는 것

                을 ‘인식’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온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도 실제로는 항상 부분을 알 뿐이다. 자신을 온전히 알

                고 있다는 말처럼 오만하고도 어리석은 주장도 없다. 그
                리스 비극에서는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알고 있다

                고 말할 때마다 땅이 울려댄다. 그 순간에 신이 자기 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에게 충격을 주
                어 주인공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에서와 같은 올바른 겸

                손함으로 되돌리려 하는 것이다. 융은 신경증 neurosis이란



                *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의 무지를 일깨우려는 목적으로 자주 사용한 방법.
                어떤 개념이 무엇인지 물어 상대가 대답하면, 그 대답이 적용되지 않는 반대
                사례를 제시해서 난관에 빠뜨린다. 이렇게 상대방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넣어 자신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알지 못함을 일깨워준다–옮긴이.



                                                    1장. 잃어버린 낙원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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