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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창세기 신화 속 에덴동산에
는 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여기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도 모르겠다. 하나는 생명나무Tree of Life, 다른 하나는 선
악나무Tree of Knowledge다. 생명나무의 열매는 따서 먹어도
괜찮지만, 선악나무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는 순간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된다. 생명나무 또는 이 나무와 무의식적으
로 이어진 삶에서 벗어나 선악나무로 옮겨가면서(다시 말
해 문명이 탄생하면서) 인류는 친숙하고 익숙하던 것에
서 벗어나느라 고통받은 의식을 받아들인다. 의식은 주체
subject와 대상 object이 분리되어야만 생겨난다.
의식이라는 게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갈라져나온 경
험의 파편이 언제 다른 경험의 파편과 결합하여 ‘저것’과
구별되는 ‘이것’ , ‘너’와 구분되는 ‘나’의 형태가 되었는
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는 이 순간으로부터 ‘자기감 sense of self ’이 생겨난다. 이
렇게 생겨난 자아 ego는 상처받기 쉽기에 임시 정체성이나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을 만들어 보호해야 한다. 자아는
마치 창조주처럼 굴지만, 실은 자신이 탄생할 때의 아픈
기억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태
고의 혼돈에서 오랜 시간 솟구쳐 올라와 빠져나오는 동안
자아가 수천수만 번의 변신을 얼마나 재빠르게 받아들이
며, 자신을 되돌려 주저앉히려는 움직임에는 얼마나 위협
1장. 잃어버린 낙원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