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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보니 루리코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루리

             코 아주머니는 엄마랑 나이가 비슷한 먼 친척인데 무슨

             연구소에 다닌다고 했다. 유쾌한 성격에 재미있는 이야기
             를 자주 들려줘서 가호는 루리코 아주머니를 잘 따랐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다지 웃고 떠들 기분이 아니었다.
             기운 없이 머리를 숙이는 가호를 보고 루리코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가호?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안 좋아?”

               “미안해, 루리코. 얘가 고집을 피워서.”

               “고집을 피우다니?”
               “집에 열대 과일 나무를 심어서 과일이 먹고 싶을 때마

             다 실컷 따 먹고 싶다나. 그렇게 할 수 없다니까 외국으로
             이사 가자고 조르던 참이었어.”

               “아하, 우리 가호가 열대 과일을 좋아하는구나. 그러니
             까 아주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는 말이네.”

               루리코 아주머니는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가방에

             서 조그만 주머니를 꺼냈다. 흰색과 회색 체크무늬 주머
             니인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 빵빵했다. 아주머니는 가호에

             게 체크무늬 주머니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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