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P. 8
고개를 들어 보니 루리코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루리
코 아주머니는 엄마랑 나이가 비슷한 먼 친척인데 무슨
연구소에 다닌다고 했다. 유쾌한 성격에 재미있는 이야기
를 자주 들려줘서 가호는 루리코 아주머니를 잘 따랐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다지 웃고 떠들 기분이 아니었다.
기운 없이 머리를 숙이는 가호를 보고 루리코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가호?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안 좋아?”
“미안해, 루리코. 얘가 고집을 피워서.”
“고집을 피우다니?”
“집에 열대 과일 나무를 심어서 과일이 먹고 싶을 때마
다 실컷 따 먹고 싶다나. 그렇게 할 수 없다니까 외국으로
이사 가자고 조르던 참이었어.”
“아하, 우리 가호가 열대 과일을 좋아하는구나. 그러니
까 아주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는 말이네.”
루리코 아주머니는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가방에
서 조그만 주머니를 꺼냈다. 흰색과 회색 체크무늬 주머
니인데 안에 뭐가 들었는지 빵빵했다. 아주머니는 가호에
게 체크무늬 주머니를 내밀었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