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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게 느껴지는 말들이 오가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Op-Ed 부
서 직원들은 공용 메일함에 들어온 원고를 함께 공유하며 의견
을 나눴다.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작가를 몇 개의 범주
로 분류했다. 한 원고를 보고 어떤 에디터가 “기본적으로 엄마 이
야기”라고 말하자 다른 에디터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남성 이야
기”라고 피드백을 했다. 북한에서의 참혹한 삶을 견딘 작가의 글
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에디터들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봐야 했다. 한 에디터는 이런 글을
적었다. “강렬한 부분도 있지만 다 읽고 나니 밀도가 낮은 느낌이
에요. 이렇게 힘들게 산 사람에게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요. 제가
잘못 생각한 건가요?”
에디터들이 무자비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남들에게 거절의
말을 전해야 할 때가 많다. 이 경우 어떤 정서적 친밀감이 생기기
전에 빨리 해버리는 편이 낫다. 또한 설명은 되도록 삼가는 편이
좋다. 누군가 원고를 거절한 이유를 물어도 나는 절대 말하지 않
았다. 이성적인 사고로 우선순위를 선정해야 했다. 모든 작가에게
일일이 사유를 설명하다간 Op-Ed를 찍어내지 못할 터였다. 그
러니 원고를 보낸 뒤 대답을 못 들었다고 해서 자신의 글이 아무
런 가망도, 가치도 없다고 넘겨짚어선 안 된다. 다만 그날 자신이
찾고 있는 특정한 무언가가 원고에 담겨 있지 않다는 설명을 하지
못할 정도로 에디터가 무척 바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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