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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놓여 있었을 뿐이다.
딱 껌 통만 한 검은색 상자다. 상자에는 금색 글씨로
‘멀미 양갱’이라고 쓰여 있었다.
유리코는 자기도 모르게 상자에 손을 뻗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무언가 먹을 수 있는 상태
가 아니었고 하물며 단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왠지 이 〈멀미 양갱〉에는 마음이 끌렸다. 마치
유리코의 영혼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아까 그 아주머니가 나한테 주려고 놓고 간 게 틀림없
어. 그러니까 이제 이건 내 거야.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
지 않을 거야. 아, 빨리 먹어 치워 버리자.’
유리코는 얼떨결에 상자를 열고서 거침없이 과자를
꺼냈다.
반들반들한 검은색 양갱. 한입에 쏙 먹기 좋은 크기다.
유리코는 메슥거리는 속과 싸우면서 양갱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양갱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팥소가 알차게 들어
묵직했으며 혀에 닿는 감촉은 촉촉했다. 거기에 인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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