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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피카소와 동급이 된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가
머릿속에 나타났다.
앙리 루소는 27세가 되던 해에 파리 세관의 하급관리로 취직
해서 49세의 나이에 그만뒀다. 세관원으로 살았던 스무 해를 뒤
로하고 그림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세관원 루소’(프랑스에서 부
르는 별칭)는 독학으로 그렸다. 아마추어 화가로 불리는 이유이자,
생의 후반부까지 그의 그림에 미숙하다는 조롱과 멸시가 따라붙
은 이유였다.
빈센트 반 고흐는 아틀리에와 아카데미에 등록할 수 있는 괜찮
은 형편이었으나 제 성격이 맞지 않아 그만두고 독학했지만, 루소
는 가난해서 애초에 그럴 수 없었다. 그 처지에 왜 돈 들여 그림을
그리냐는 주위의 비아냥과 분수에 맞지 않는 비싼 취미생활이라
는 몰이해를 오랜 세월 견뎌야 했다.
생애도 비참하게 힘들었다. 첫 아내와 사별하고 재혼한 두 번
째 아내도 죽었고, 일곱 명의 자식 가운데 다섯은 아주 어린 나이
에 죽고 한 명은 10대 후반에 죽었다. 오로지 딸 하나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었을 뿐이다. 아버지의 부도로 시작되어 평생 이어진 가
난과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은, 한 명에게 가는 불행과 불운의 양
치고는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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