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P. 9
유전자를 퍼뜨리고 폭력성을 높이는 고리를 되풀이하기 때문에 사
이코패시 연관 유전자가 집중되는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사
변적이긴 하지만 고려하고 더 연구해야 할 중요한 발상이다.
나는 뇌의 해부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충실한 신경과학자이
고, 이 사실이 내가 어른이 되어 사는 내내 나의 행동관, 동기관, 도
덕관을 만들었다. 인간은 정밀한 기계다. 우리가 그 기계를 온전히
다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인간의 행동과 정체성에서 스스로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적다고 수십 년 동안 믿어왔다. 내가
볼 때 인격과 행동은 본성(유전)이 80퍼센트 정도를 결정하고 양
육(성장 환경)은 20퍼센트밖에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견해는 2005년 무렵부터 통렬하고 조금은 당혹스러
운 일격을 당하기 시작했고, 나는 계속해서 과거의 믿음을 현재의
혼란과 화해시키고 있다. 나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복잡한 동물임
을 전보다 훨씬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의 행동, 동기, 욕망,
욕구를 절대원칙으로 환원하는 일은 인류에게 몹쓸 짓이다. 인간
은 선하지 않으면 악한, 옳지 않으면 그른, 친절하지 않으면 앙칼
진, 무해하지 않으면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 단순히 생물학의 산물
도 아니며, 과학은 우리에게 이야기의 일부만 들려줄 뿐이다.
이제 그 이야기의 보따리를 풀어보자.
들어가며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