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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아빠 혼자 역부족이면 얼른 도움을 주고자 잠시만 지

                   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형과 아빠의 사정을 모르는 작은아이가 탈의실에

                   서 물놀이장으로 이어지는 출구에 서서 바깥 사정을 살피더니

                   아빠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할 말이 있는지 “아빠!” 하

                   고 불렀습니다. 마침 젊은 아빠는 배배 꼬인 큰아이의 래시가드
                   를 푸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지켜보던 저는 작

                   은아이가 제발 아빠한테 “빨리 물놀이하자”고 보채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작은아이의 부름에 젊은 아빠가 고개를 돌렸는데, 아빠의

                   표정에서 ‘기다리고 있으랬잖아!’ 하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 길 없는

                   작은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빠! 재밌겠떠요! 수영장! 재밌겠떠요!”

                      작은아이는 너무나 귀여운 말투와 더 이상 신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빠와 형을 번갈아 쳐다봤습니다. 그런 작은아

                   이의 모습에, 화가 났던 아빠와 혼나서 울적했던 큰아이의 얼굴

                   에 한순간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저를 포함해 탈의실에 있던 사

                   람들도 웃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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