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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물놀이하러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번잡한 탈의실
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데, 젊은 아빠가 두 아들을 챙기느라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젊은 아빠는 자기 옷도 제대
로 못 갈아입은 채 세 살 정도 되는 작은아이에게 수영복을 입
히더니 뒤이어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큰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수영복이 작은지 아니면 그 수영복이 마음
에 안 들었는지 갑자기 래시가드를 벗으려고 했습니다. 당황한
아빠가 꾸짖으며 다시 수영복을 입히려고 했지만 아이는 싫다
면서 자꾸 벗으려 했습니다. 그러다 뒤집힌 래시가드가 배배 꼬
여서는 아이의 머리를 휘감았습니다. 아이는 울먹이며 래시가
드를 벗으려 하고 아빠는 입히려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러는 사이 아이의 가방에 넣어둔 셔츠가 삐져나와 바닥에 떨어
지면서 젖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젊은 아빠는 한숨을 푹 쉬었
습니다.
놀러갈 때는 어른도 아이처럼 들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퇴행해 있죠. 그러다 보니 감정의 변화도 커져서 평소보다 큰
소리로 떠들거나 웃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일도 많습니다. 그
래서 혹시나 젊은 아빠가 큰아이에게 화를 내면 어쩌나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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