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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이유는 위안화가치를 올려 중
국을 압박하고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위안화가
치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자연스럽게 미국 제품의
가격도 내려갑니다. 미국 제품이 저렴해져 많이 팔리면 무역적자가 개선돼
미국 경제도 좋아집니다.
얼핏 보면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것 같은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상대
국가의 통화가치를 올려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은 오히려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5년 플라자합의입니다. 그 당시에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 미국에게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가져다주는 나라였습니다. 미국은
무역적자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뉴욕에 있는 플라자호텔
에서 엔화가치를 일방적으로 올리는 플라자합의를 단행했습니다.
이후 엔화가치는 일주일 만에 8%가 치솟으며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
승했습니다. 일본은 급격하게 올라가는 제품 가격으로 인해 수출이 어려워
져 경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반면 달러가치는 크게 내려가면서 미국의 제품 가격도 내려갔습니다. 그
러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미
국 제품이 많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은 적자를 개선하려면 다른 나라들의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어
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가
위축되어 미국 제품도 많이 팔리기 어렵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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