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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받아줘 말아.’

                       얼굴이 미처 화끈거리기도 전에 지안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
                       리칩니다.

                       “엄마아~!”

                       민망함에 얼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얌전한 아이는 아니
                       었지만, ‘그래도 단체 생활 하면 좀 괜찮겠지’, ‘크면 나아지겠지’, ‘다

                       른 애들도 그렇겠지’ 좋게 좋게 생각하며 버텨왔는데, 오늘 다른 아

                       이들 사이에서 확연히 튀는 지안이의 모습을 보고 나니 가슴이 답
                       답합니다. “아~ 쟤가 걘가 봐”, “그런가 보네”라고 수군대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 낳고 아파서 초기에 많이 못 안아줘서 그런가’, ‘임신 중에 스

                       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엄마의 죄책감은 임신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언젠가 친척 어르신께서 “네가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키운 거 아니냐?” 하던 말이 다시 머릿속에 맴돕니다. 아이는 벌써

                       이렇게 컸는데 그동안 좋은 엄마가 아니었을까 봐 불현듯 무서운
                       마음도 듭니다.

                       공개 수업에서 엄마한테 인사 한 번 한 것 가지고 너무 심각한 생각

                       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다가도, 지안이가 놀이터만 가면 피하는 아
                       이들의 모습, 아이가 좀 개구지다며 말끝을 흐리던 어린이집 선생

                       님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칩니다. ‘내가 지안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또래 아이들의 일상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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