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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는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런 곳에서 누군가 즐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그만
소녀다. 여덟 살쯤 됐을까? 놀랄 정도로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은 짙은 남색이다. 얼굴은 인형처럼 반듯하게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악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
다. 빨간 석산꽃 무늬가 그려진 짤막한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그 위에 하얀 앞치마를 둘렀다.
소녀는 부뚜막 앞에서 커다란 냄비를 휘휘 젓는다. 초
록색 불꽃에 냄비를 걸어 놓고 무언가를 달인다. 냄비 안
에서 시커먼 것이 부글부글 끓는다. 거품이 터질 때마다
비명 소리 같은 외마디가 났다.
빙그레 소녀가 웃었다.
“딱 적당히 졸았네.”
소녀는 걸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안
쪽에서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더니 빨갛게 빛나는 물 같
은 것이 슬금슬금 마룻바닥 위를 기어 왔다.
“돌아왔어? 뭐 재미있는 거라도 찾았니?”
소녀는 쪼그리고 앉아서 빨간 물을 만졌다. 그 순간
물이 딱딱하게 얼어붙다가 순식간에 투명해졌다.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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