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곳은 기묘한 부엌이었다.
가지런히 놓인 조리 도구와 부뚜막, 냄비는 몹시 낡았
고, 물건들은 죄다 하나같이 거무스름하게 그을렸으며
어딘가 모르게 모양이 찌그러졌다.
부엌에 조명은 없고 대신 촛불만 잔뜩 있다. 보랏빛을
띤 불꽃은 괴이한 모양으로 흔들거리며 크게 피어올랐다
가 갑자기 슈욱 몸을 웅크린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
럼 보인다.
무엇보다 기묘한 것은 촛불이 켜져 있는데도 부엌이
어둠에 둘러싸였다는 점이다. 짙은 어둠의 기운이 사방
에 들러붙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냥 어두운 게 아니라 숨
프롤로그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