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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제야 비로소 그 할아버지의 진가를 알아챘다. 당시는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일부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취등록세를 감면해

                           주던 때였다. 그 아파트는 월세로 임대를 놓으면 투자금이 전혀 들지 않는 무

                           피투자(피 같은 내 돈이 들어가지 않는 투자라는 뜻의 신조어)였던 것이다(은행 대출 + 임차
                           인 보증금). 임대수익은 없지만, 투자금도 전혀 없고, 양도세도 한 푼 없는 수채

                           의 아파트…. 지금은 눈뜨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물건이다.
                              “그때 그 할아버지처럼 했어야 했어.”

                              나는 봄이 온지도 몰랐다. 여름이 지나고 또 한번의 겨울이 지나고서야  ‘아,
                           그때가 봄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때 나에게 “지금이 봄이야” 하고 이야기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내 주위의 사람들은 다 몰랐을 것이다.

                           두 번째 부동산의 봄이 주어진다면, 놓치지 않으리라.


                              부동산의 여름, 그리고 가을



                              여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옷차림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다.
                              경기가 한창 좋았던 90년대 초반,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뭐가 뭔지 몰랐

                           다. 당연히 들어야 한다기에 청약부금을 들었고, 매달 부은 적금은 금세 잔고
                           가 늘었다(95년도 이자율은 9%였다). 부동산도 사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던 시절이

                           었다.
                              여름은 가진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풍요의 계절,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내가 겪은 첫 번째 여름은 아무런 감흥을 남기지 못했다.

                           나는 집이 없었으니까.
                              신기하게도 부동산에는 가을이 없다. 여름 다음 바로 겨울이다. 어제까지







                                                                             첫째마당┃경매가 많이 변했다  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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