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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아이가 만 2살이 되던 즈음이었다.
남편이 돈을 벌지 못하니 제갈량이라도 벌어야 했다. 처음에는 이쑤시
개를 마는 것 같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했다. 손이 퉁퉁 붓도록 죽어
라 해도 1주일에 3만원도 벌지 못했다. 2주를 하다 보니 차라리 야쿠르트
배달이라도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는 게 낫지 싶었다.
벼룩시장의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이 쇼핑센터를 분양하는 사무실
이었다. 분양 상담 전화를 받는 일이었는데, 한 달 월급이 40만원이었다.
이모에게 큰아이 봐준 수고비를 드리고, 차비와 분윳값을 제하니 10만원
이 남았다.
한편, 분양 사무실에는 전화가 거의 오지 않아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6개월쯤 지나자 하는 일 없이 월급만 꼬박꼬
박 받아가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월급이 사라지면 당장 큰아이 분윳
값을 걱정해야 했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장
님은 극구 말렸지만 그녀에게도, 사장님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
냥 다니기는 싫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지하방을 전전하면서
도 단 한 번도 고생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오랫동안 밑바닥 생활을 하다 보
니 언제부터인가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묻는 것조차 사치
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것
은 너무 비전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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