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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에
                      적응하라                  고도성장기에 우리나라 경제는 가파른 플


                                            러스섬 상황에 놓여 있었다. 조금만 감각
                      이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손이 모자라 눈에 보이는데도 돈을 벌지 못하고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던 시대였다.
                        이와 같은 고도의 플러스섬 시장에선 한 손이 여러 손을 당할 수 없

                      기 때문에 모두가 늘어난 파이를 나눠먹을 수 있었다. 남의 몫을 빼앗지
                      않아도 내 몫이 늘어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고도의 플러스섬 게

                      임 아래에선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의 가치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인적

                      자산의 가치가 높아 대학만 졸업해도 다수의 기업에서 손을 내밀었다.
                      근로자는 기업뿐 아니라 직무까지 직접 선택할 기회가 있을 정도였다.

                        플러스섬 시장에선 많은 시장 기회 속에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
                      업과 경영자 입장에선 좋은 사람을 얻는 것이 성공의 핵심 요소 중 하

                      나였다. 그 시절 몇 개월치 월급이면 지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고

                      하니 10년 이상 숨만 쉬고 살아야 조그만 집을 구할 수 있는 지금과 비
                      교하면 인적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은행 금리도 마친가지다. 매년 급성장을 하고 있었기에 금리가 높아

                      도 돈을 빌려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가능했다. 10% 이상의 고금리
                      에도 대출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이유도 여기 있다. 투자를 통해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시대, 그 황금기가 그렇게 지나갔다.

                        1998년 외환위기도 우리나라 기업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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