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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신라는 왕건과 힘을 합쳐 후백제에
맞서려 했지만 견훤은 겁먹지 않았어. 그는 신라로 먼저 쳐들어가 경애왕
을 죽이고 새 왕을 세웠지. 왕건이 급히 구원병을 보냈지만 견훤은 왕건의
군대까지 크게 무찔러 버렸어.
견훤은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어. 신라에, 왕건까지 물리쳤으니 후삼
국의 통일이 코앞에 다가온 것 같았을 거야.
그러나 왕건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 몇 년 뒤 둘은 다시 맞붙었
는데, 후백제가 왕건의 나라 고려에 군사의 반 이상을 잃고 만 거야. 이 일
이후 후백제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지. 견훤의 나이는 이미 예
순여덟 살. 전쟁터에 나가 용맹함을 뽐내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였어.
하지만 내리막길로 접어든 후백제의 가장 큰 적은 왕건도, 견훤의 나이
도 아니었어. 바로 아들이었지. 엥, 아들이라니?
견훤은 호족의 딸들과 혼인을 많이 했다고 했지? 그 덕분에 같은 편을
많이 만들기는 했지만, 나중에 왕위를 이을 후계자를 정하는 데에는 오히
려 문제가 되었어. 열 명이 넘는 아들들이 경쟁해야 하니 그 속에서 큰 싸
움이 일어날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지.
견훤은 넷째 아들 금강에게 나라를 물려주려 했대. 그러자 큰아들 신검
이 화가 나서 금강을 죽여 버리고, 아버지 견훤을 금산사라는 절에 가두
견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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