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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지 뭐.’
                 스마트폰에 쭉 올라오는 전시회장 풍경을 멍하니 바라

               보면서 중얼거린다. 먼저 축하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

               다. 보러만 가는 건 안 되니까. 전시도 중요하지만 어쨌거
               나 작품 판매가 우선일 것이다. 가는 이상 구매를 안 할 수

               가 없다. 미도리는 작품 사진들을 빠짐없이 살펴보며 이

               정도 소품이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전시 도록이라면 큰
               돈이 안 들까,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았다.

                 실직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이혼했다는 것도 도예 교
               실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실현된 이벤트이

               니만큼 틀림없이 유쾌한 분위기일 거라는 상상도 미도리
               의 기분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렇게 몇 가지가 겹쳐 있다. 지금껏 빼지 못하고 있는 왼

               손의 결혼반지를 오른손으로 돌리면서 멍하니 있다. 변명
               을 거듭하는 자신이, 다 큰 어른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카페를 방문하자, 라고 정
               했다. 어떻게든 첫발을 내딛지 않는 한 홀로 비좁은 공간

               에 처박힌 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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