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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돈은 없다. 도예 교실이 다시 열리지 않은 것은 오히
려 다행이었다. 4년이 넘어 실현된 그룹전 참가는 그래서
포기했다. 출품할 작품을 만들 여유도 없었고 전시회장 대
관비와 운영비 등등 생각보다 큰 금액이 들기 때문이다.
‘꼭 갈게’라고 댓글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도리
는 그룹 전시회에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여의치 않은 사
정으로 참가하지도 못한 전시회가 내키지 않은 것도 하나
의 이유였다. 전시회 최종 참가자는 소 모양 도자기를 굽
는 그녀 외에 두 사람. 미도리와는 도예 교실에 다녔던 시
기가 달라 일면식도 없는 여성 한 명과 미도리가 아예 모
르는 공예작가가 전부다. 전시회장에 가봤자 모르는 사람
이 많을 게 틀림없다.
소 모양 도자기를 만드는 이십 대 그녀의 계정에는 전시
회 동안 세세하게 게시물이 계속 올라왔다. 영상이나 전시
회 중에 있었던 인스타 라이브 아카이브도 있었다. ‘내일
이 마지막’이라고 첨부된 캡션을 봤을 때는 그래 가보자,
마음을 다잡고 전시회장까지 가는 방법과 입고 갈 옷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당일이 되자 완전히 갈 마음이 사라져버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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