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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울창한 나무
           와 마당이 있는 이 낡은 주택에서 카페 도도를 운영하는

           주인장 소로리. 그는 도시의 바쁜 사람들이 잠깐이나마 도

           도처럼 평온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잔뜩 흐린 날씨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소로리는 오늘도

           느긋하게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바보 새 주제에 말이 많군.’
             이런 생각을 하셨다면 제 소개를 드려볼까요. 이미 알고

           계신다면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시는 걸로 충분합니다만.
             저는 카페 도도의 부엌 기둥에 걸려 있는 작은 액자 속

           도도입니다. 이 가게 단골인 이소가이 무쓰코라는 디자이
           너가 저를 그려주었어요. 70세가 넘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

           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예요. 그분이 소로리에게 저를 선

           물한 것이죠. 그림이 된 제가 액자 안에 들어가 부엌에 장
           식된 이유를 이제 아셨을까요? 오늘 밤도 저는 카페 도도

           의 부엌에서 소로리와 손님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 지금 카운터 제일 구석 자리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사람이 무쓰코입니다. 제 목소리가 들렸는지 문득 이쪽을

           보고 작게 미소 짓더니 다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네요.
             손님 자리는 마당에도 있습니다. 오늘 밤처럼 비가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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