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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남겼다. 굴드는 편집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는데, 그 결과 옛 음악
소리를 현대 악기에서 새롭게 구현한 드문 조합이 탄생했다. 굴드가
1981년 다시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굴드의 전례를 따라 전 세계 많은 피아니스트가 바흐의 건반악기 작
품에 자신 있게 달려들었고 연주회 프로그램에 넣었다. 이 글을 쓰
는 지금 바흐의 건반악기 음악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하프시코드
연주부터 현대 피아노의 모든 자원을 활용한 피아노 연주, 드럼과
베이스를 얹은 재즈 연주, 아코디언이나 전자 신시사이저 연주, 디
지털 피아노 연주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게 퍼져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오늘날 피아노 연주회 레퍼토리의 필수
곡이 된 사연을 알아보자. 이 곡의 기원은 음악 역사에서도 아주 흥
미롭다. 요한 골드베르크 Johann Goldberg 는 작센공국 주재 전 러시아 대
사였던 카이저링 백작을 모시는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한때 바흐의
제자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카이저링 백작은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면 골드베르크에게 하프시코드를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백작은
바흐에게 골드베르크가 자신에게 연주해줄 평온한 곡을 새로 작곡
해달라고 부탁했고, 바흐는 곡의 시작과 끝을 ‘아리아’로 열고 닫는
서른 개의 대규모 변주곡집을 작곡했다.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
인지는 분명치 않다. 바흐는 변주곡집을 즐겨 작곡하지 않았고, 이
훌륭한 모음곡을 쓴 뒤에도 이런 작품을 쓴 적이 별로 없다. 갑자기
이런 형식의 작품을 작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한밤
에 졸지 않고 하프시코드를 연주할 만한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달
라는 골드베르크의 부탁에 따랐을 수도 있다. 골드베르크는 당시 겨
우 10대였다. 하지만 10대여도 훌륭한 연주자일 수 있으므로 골드
30 1부 | 피아노의 초기 역사: 하프시코드에서 피아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