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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적으로 바이올린 아래에 흐르는 넓은 강 역할을 맡지만 두 악기는
                         음악적 영광을 공유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서로 주제의 재료를

                         교환하며 주도권을 주고받는다. 피아노의 오른손과 왼손이 각각 두
                         성부를 맡거나 피아노의 저음역과 바이올린이 듀엣을 이루기도 하

                         고, 바이올린이 반주를 도맡는 동안 피아니스트의 두 손이 서로 대
                         위법을 이루기도 한다. 질감이 매우 투명해서 마치 모차르트 곡을

                         연상시키며, 어느 연주자가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 항상 명확히 드
                         러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5번 F장조〉는 1801년 작곡되
                         었다. 곡의 상쾌함을 잘 드러내는 ‘봄’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붙인

                         게 아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중 3악장이 아닌 4악

                         장으로 구성된 첫 곡으로, 덧붙여진 스케르초 악장은 작은 보석처럼
                         빛난다. 이 시기 베토벤은 여전히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영향을 받아
                         18세기 말 스타일로 작곡했다. 작품을 듣다 보면 한층 압축된 스타

                         일의 후기 작품과 달리 세심하게 단계를 배치한 베토벤의 음악적 사

                         고 과정을 금방 따라갈 수 있다.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유명한 도입부 주제 선율은 나무에서 꽃

                         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듯하다. 제2주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주고받는 경쾌한 리듬이다. 두 주제의 성격이 매우 달라 연주자에게

                         도전이 된다. 도입부의 제1주제가 느긋한 빠르기로 진행된다면, 제
                         2주제는 조금은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제2주제에 맞추어

                         악장 전체를 활기차게 연주한다면 제1주제의 우아한 흐름이 성급
                         하게 들릴 수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베토벤 시대에는 필요에 따라

                         연주자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이거나 내리며 융통성 있게 조절하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5번F장조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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