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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이 관례였다고 한다. 오늘날의 관례는 두 주제 모두 적당한 빠
르기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지만 이런 방식이 모든 음악에 적합
한 것은 아니다. ‘봄’ 소나타가 좋은 사례다.
B플랫장조의 느린 2악장에서는 피아노가 제1주제를 제시한다.
아름다운 선율은 언뜻 1악장 도입부 주제와 비슷해 보인다. 쇼팽풍
의 장식적인 꾸밈음과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연주하려면 아주
느리게 연주해야 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각각 주제를 제시하고
악구를 나눠 가지며 서로 긴밀한 대화를 시작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2절’ 주제는 단조로 바뀌더니 뜻밖에도 G플랫장조로 내려앉는다.
코다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점점 짧아지는 악구를 교환하다가
땅 위에 흩어진 도입부 주제를 그러모으듯 조용히 떨리며 녹아든다.
스케르초 악장의 주제는 1악장 도입부 주제를 미묘하게 바꿔 피
날레 주제를 암시한다. 차분한 에너지로 중얼거리는 ‘트리오’ 부분
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다가 몇 마디에서 포르테로
올라간다. 피아노는 세 번째 박자를 비워두는 것이 특징인 주요 스케
르초 주제를 선보인다. 그다음 바이올린이 합류하지만 주제의 형태
를 ‘오해’하고 실수한 듯 첫 박을 비우는 바람에 두 악기가 조화를 이
룰 것이라는 우리 예상을 깨고 한 박자 차이로 어긋난다. 이 효과는
당황스럽지만 유쾌하다. 경쾌한 ‘트리오’에서는 두 악기가 함께 연주
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스케르초를 반복할 때
면 다시 ‘실수’가 생기고 바이올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대로 밀고
간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주제에 ‘합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피아노와 리듬을 맞추는 연주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연주가 베토
벤식 농담을 망쳤는지 더 유쾌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98 2부 | 하이든에서 슈베르트까지: 발전하는 ‘포르테피아노’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