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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 ,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등
은 ‘숭고’라는 개념을 발전시켰고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와 윌리엄 터너 J. M. William Turner 같은 화가들은 숭고를 작품
으로 표현했다. ‘숭고’한 느낌은 자연과 시간의 웅장함과 광대함을
인식하고 두려워하기보다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마음이다. 한때 섬
세한 여행자들은 알프스 등반에서 날것의 자연을 마주하는 낯선 만
남을 경험했지만, 베토벤 시대에 이런 경험은 마음이 고양되며 무한
한 존재에 녹아드는 고귀한 기회로 여겨졌다. 예술작품도 이와 비슷
하게 숭고라는 자질을 지녔다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베토벤의 ‘산처
럼 웅장한’ 음악은 바로 이런 숭고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베토벤의 초기 작품 일부는 아직 산이 아니라 완만한 산
기슭에 있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베토벤은 작품 제
목 페이지에 악기 순서를 이렇게 지정했다)는 베토벤 작품의 유쾌
한 면과 함께 그가 직접 연주했던 두 악기의 대화에 대한 깊은 관심
을 보여준다. 베토벤은 주로 피아니스트로 알려졌지만 바이올린도
연주했으며, 20대 초반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그나츠 슈판치히 Ignaz
Schuppanzigh 에게 일주일에 여러 번 교습을 받았다. 슈판치히는 당시 열
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최초의 전문 현악 4중주단을 창
설하고 베토벤의 여러 4중주곡을 초연했다.
그래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을 작곡할 때 베토벤은 두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베토벤의 듀오 소나
타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적이나 경쟁 상대가 아니라 친구이자
공모자처럼 다정하게 느껴진다. 화성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는 필
96 2부 | 하이든에서 슈베르트까지: 발전하는 ‘포르테피아노’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