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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들이 얼마나 조잡하며 또 얼마나 불확실한 추정으로 가득 차 있는지
깨달았다. 컴퓨터가 구현하는 ‘정확성’이 예측정확도predictive accuracy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 시기에 경제상황부터 인플루
엔자 확산에 이르는 여러 분야에서 대담한 예언들이 나왔지만 하나같
이 실패했다. 예를 들어 1971년에는 10년 안에 지진을 예측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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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때보다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1970
년대와 1980년대의 컴퓨터 붐이 경제와 과학의 생산성에서 일시 후퇴
를 낳았다.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생산성 역설 productivity paradox’이라
부른다.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1987년에 이렇게 썼다.
“당신은 컴퓨터 시대가 왔다는 걸 생산성 통계를 제외한 모든 영역
에서 볼 수 있다.” 30
미국에서는 1969~1982년에 경기후퇴가 네 차례 발생했다.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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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 중후반은 미국 경제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 시기였지만, 다른
국가들은 그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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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발전의 정도는 경제 발전과 달리 측정하기가 어렵다.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하나 있긴 하다. 바로 출원된 특허의 수, 특히 연구개발
비 투자 대비 특허의 수다. 새로운 발명품을 만드는 비용이 낮아졌다
는 것은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를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정보를 유용한 지식으로 바꾸어놓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그 비
용이 높아졌다는 것은 소음 속에서 유용한 신호를 찾지 못하고 잘못된
신호들을 붙잡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1960년대에 미국은 미국인 발명가가 특허출원을 하나 내는 데 약
54 | 신호와 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