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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과 존재하는 생각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우주의 조화를 잊

                    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세시대의 문법・논리학・수사학(삼

                    학三學), 그리고 산수・음악・지리학・천문학(사학四學) 등 학문의 일
                    곱 분야는 각 천체와 연관된다. 또 투명한 천체들은 유리 같은 비

                    활성 물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영적인 힘이며, 천사 같은 존재 또

                    는 플라톤이 말하는 세이렌들이 이를 관장한다. 그리고 그 너머에
                    는 신이 삼위일체의 옥좌에 앉아 있는 빛나는 천상의 영역이 자리

                    한다. 그래서 사후에 영혼이 조물주에게 돌아갈 때 일곱 천체를 다

                    시 통과하면서 각 천체에 해당하는 성질을 벗어두고 맨몸으로 심

                    판을 받게 된다. 지상의 황제와 교황은 기독교 공동체에 작용하는
                    힘과 권위를 대표해 신의 율법과 의지에 따라 다스린다. 그렇게 중

                    세 사상가들은 우주의 구조와 사회질서 규범, 개인의 선이 완벽하

                    게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기독교도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통해 사회뿐 아니라 자신의 내적 이익 및 외적인 자연질서와도 조

                    화를 이룬다. 기독교 제국은 지상에 반영된 천상의 질서로, 제의祭

                    衣와 옥좌와 장엄한 행렬은 천상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대성당 첨탑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사제들의 합창은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지상에 들려주는 것이다.

                      단테는 《신곡》에서 당대의 종교적・과학적 개념을 완벽하게 만

                    족시키는 우주의 비전을 묘사했다. 교만하고 불복종한 탓에 천국
                    에서 쫓겨난 사탄은 불타는 혜성처럼 떨어져 지상으로 추락하면






                                                          1.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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