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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는 납은 투과하지 못했습니다. 뢴트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광                                   4부 1장. 고전 물리학의 한계와 현대 물리학의 탄생
                   선에 일단 미지수 X를 붙여 X선이라고 명명했죠.

                       뢴트겐은 이 광선 앞에서 의도치 않게 자기 몸으로 다양한 실
                   험을 했습니다. 책을 든 손에 X선을 쏘아 책 안에 책갈피로 끼워

                   놓은 열쇠와 자기 손 뼈가 투과된 이미지를 얻기도 했죠. 뢴트겐
                   은 책뿐 아니라 손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미지에 너무 놀

                   라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거나 환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신중한 성격이었던 뢴트겐은 아내를 실험실로 불러

                   그녀의 손도 X선으로 찍어보았고, 손 뼈와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
                   지가 함께 드러난 이미지를 얻었죠. 뢴트겐은 정체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X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손
                   사진은 X선 발견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자료이지만 아내는 이 사진
                   이 자신의 죽음을 예고한다고 생각해 이때부터 실험실에서 멀어졌

                   다고 합니다. 흔히 해골은 죽음의 상징처럼 여겨졌으니 X선 사진

                   을 처음 보고 겁에 질렸을 만합니다.
                       X선은 빛처럼 직선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선ray’이라는 이름
                   을 붙였지만 빛과 달리 반사나 굴절이 일어나지 않고 자기장에도

                   진행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또한 관측에 따르면 음극선이 유리
                   벽이나 반대 양극에 부딪힐 때에도 X선이 나타났습니다. 뢴트겐은

                   X선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1896년에 X선에 관
                   한 논문 〈새 종류의 광선에 대하여 Über eine neue Art von Strahlen〉를 발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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