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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혼자 하는 작업인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자칫하면 자기만
                  의 번역론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이런 점에서도 저는 참으로 운이 좋
                  았습니다. 번역을 강의하며, 번역가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지 들
                  을 기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들의 고민을 일축하며 ‘열심

                  히 연습하면 돼!’라고 면박을 주었지만, 때로는 그들이 고민하는 문제
                  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그렇게 찾아낸 해법을 제
                  가 번역할 때 적용하기도 했으니까요. 그중 하나가 이 책에 앞서 출간
                  한 『원서, 읽(힌)다』입니다. 번역을 강의하며 자주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떤 문법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좋은 문법책을 추천해 주십시오. ’였
                  습니다. 적어도 제 생각에는 마뜩한 문법책이 없어 직접 쓰기로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 이처럼 그 책은 원래 ‘번역가를 위
                  한 문법’으로 쓴 것입니다. 반면에 이번 책은 전적으로 번역 방법론을

                  다룬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번역했다’와 ‘나라면 이렇게 번역할 것이
                  다’의 종합판입니다. 가능하면 촘촘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부족한 부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번역을 강의한 지가 어느덧 20년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빨간펜’ 강의를 한 적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첨삭 강
                  의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
                  기 때문입니다. 1장에서 설명되지만 want는 ‘원하다’ , ‘필요하다’ , ‘부족

                  하다’라는 세 가능성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셋 중 어느 것을 선택
                  하느냐는 전적으로 번역가의 몫입니다. 그럴진대 want를 ‘원하다’라
                  고 번역했다고 해서, 제 생각에는 ‘부족하다’가 더 적합하다는 이유로

                  어떻게 빨간 줄을 긋겠습니까? 이 책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거
                  나, 제안 번역을 보여주며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고 유도할 뿐입
                  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번역을 하면서 한 분야에 집중하여 논픽션

                  에 해당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어떻게 그
                  렇게 여러 분야를 번역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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