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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좌천당했을 때 쓴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키아벨리 Niccolò Machiavelli의 《군주론Il Principe》도 그중 하나입

                 니다. 마키아벨리는 1494년 메디치 가문이 추방당한 직후부터

                 피렌체 공화국에서 우수한 관료로 일하다가 메디치 가문이 복
                 권하면서 쫓겨나고 맙니다. 몇 번이나 재등용을 바라는 탄원을

                 올렸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입장에

                 서 보면 마키아벨리는 자신들을 쫒아낸 공화국 정부의 사람이
                 었습니다. 그들이 상대도 해주지 않았던 것은 당연했지요.

                   마키아벨리는 어쩔 수 없이 시골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했습

                 니다. 그때 쓴 것이 《군주론》입니다. 낮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들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정부에서 일할 때 입었던 정장을 갖춰 입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수한 나를 고용하지 않다니 말이

                 되냐고!’ 그런 울분을 《군주론》에 멋지게 풀어낸 것입니다.
                   좌천되고 뛰어난 작품을 남긴 사람은 마키아벨리만이 아닙

                 니다. 중국 한시를 봐도 작가가 좌천당한 시기에 쓴 것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좌천당한 사람이 많았다

                 는 반증일 것입니다.

                   좌천과 고전 명작 사이의 이러한 상관관계는 생각해보면 지
                 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자리에서 물러나면 시간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후세에 남을 훌륭

                 한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출세가도를 달렸다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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