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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서른 살, 나는 내 인생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믿었다. 대학 졸업장은 구
            경도 못 해봤고 배워놓은 기술도 없었다. 젊음 하나가 무기였지만 내 몸

            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도 벗어나

            고 싶었던 가난은 여전히 나를 옥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을

            죽도록 일했는데 남은 건 칼에 찔린 상처와 짙은 좌절감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공부가 가장 쉬운 거였다. 남들처럼 학창시절 열심히 공
            부해 대학에 갔더라면, 그래서 번듯한 직장을 가졌더라면, 아니 우리 집

            이 가난하지만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이처럼 꼬이진 않았을 텐데. 원망

            과 후회와 자책과 슬픔이 몰려왔다.

              아직 서른 살일 뿐인데 삶이 지긋지긋했다.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기력이 다한 노인처럼 멍하니 누워 시간을
            흘려보냈다. 더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삶은 끝없는 숙제와도

            같아서 풀고 나면 또 다른 숙제가 나타났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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